다들힘들까   2018.06.21 14:31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조회 수 1283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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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종류 수리/언어/도형
IQ 측정값 139-150

표준편차 15의 시험으로 여러 번 측정했는데 (정식, 약식 모두 통틀어) 최저는 139였고 최고점은 150이었습니다. 146, 142점이 나오기도 했구요. 사실 최저점은 138인데, 이건 영어로 본 시험이라서 최저점에서 제외했습니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니까요). 


만 2세에 한글을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저건 어떻게 읽는 거냐." 몇 번 물은 뒤 혼자서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만 4~5세에 성인용 만화책을 읽었다는 겁니다. 


영어를 조기교육받지는 않았는데, 영어 단어를 외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기억이 났으니까요. 노래도 한두 번 들으면 가사를 다 외고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학습용 백과사전(주제별 분류 하나, ㄱㄴㄷ 순 하나)을 세네 번 정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11-12살 사이에는 그렇게 무의미하고 산만하게 읽는 게 좋았으니까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하는 말씀 중에 배울 게 별로 없었거든요 (백과사전을 읽은 부작용이었습니다). 대부분 수업 외에 하는 이야기들은 오류가 너무 많았고, 그래서 믿고 들을 게 못 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들을 만한 수업이 수학이었는데, 너무 진도가 느려 싫증을 느껴서 그냥 졸았고, 결국 정신을 차려보니 진도가 너무 나가 있어서 독학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과목이든 혼자서 30분 이상 공부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수학은 결국 여기저기 빵꾸난 상태로 대학가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됐습니다. 그나마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영어였는데, 독해는 계속 주제가 바뀌는 것이어서 그랬습니다. 그것도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완독한 책은 손에 꼽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산만하게 뒤적뒤적 거리는 걸로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는 그럭저럭 커버하고 대학은 잘 갔습니다만, 대학에서도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


여기서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그래서 제 자기 평가는 모순적입니다. 뭔가를 이해할 수 있냐고 물으면, 조금 귀찮고 노력이 들기는 하겠지만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끈기있게 못할 뿐. 최근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걸 알겠습니다. 역시 어려운 건 어렵긴 해요. 외국어 공부랑 수학 공부는, 단순히 끈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쪽에서 쓰는 뇌가 따로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제가 평균 이상은 되는데, 언어천재나 수학천재는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한국어로 된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서 빠른 건 사실인 듯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은 너무 느리게 진행돼서 짜증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 ADHD 치료를 하면서 참을성이 길러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이게 자신감은 아닙니다. 내가 뭘 잘 하냐고 물으면 잘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내가 할 줄 아는 건 그냥 당연한 것이라서 자랑할 게 아니거든요. 그게 정말 뛰어난지도 모르겠어요. 아인슈타인처럼 깊이 파고드는 집요함도 없고, 폰 노이만 정도의 속도도 아니잖아요. 움베르토 에코처럼 박식한 기억력도 없고, 라마누잔처럼 번득치는 창조성도 없죠. 그냥 뭘 읽고 이해하는 게 용이한 건데, 그게 자랑인지는 모르겠거든요.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구요. 


그래서 전 자존감이 바닥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입니다. 대충 읽다가 빠뜨린 부분이 늘 강박처럼 불안을 동반하죠. 일부만 보고 전체를 짐작하는 것, (퍼즐 같이 단순한 게 아니라) 어떤 책의 일부를 보고 책의 주장 전체나 그 사람의 사상 체계를 추측하고 그 핵심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에요. 사람을 읽는 것도 공감에 기초하는 건 어렵지만, 어떤 전형적인 유형이라면 그 유형의 핵심적인 요소를 이해하고 (마치 홈즈처럼) 추론하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 따로 심리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요. 그렇지만 이게 재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전체적으로 "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악기를 금방 배우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다못해 외국어도 (기억을 잘 하는 것일 뿐) 언어재능이 있는 게 아니죠. 물론 공부한 만큼은 하니까, 영어를 읽는 건 쉬운 일입니다. 일상적으로 읽으니까요. 하지만 영어로 새로운 문장을 만들고 대화하는 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리스닝이 잘 안 되죠. 단어를 많이 알고 문법을 잘 기억합니다 - 일단 신경써서 본 문장은 대부분 기억하니까 그 문장과 다른 형태는 이상하게 느끼죠. 그래서 영어 시험은 잘 봅니다. 문법과 단어는 다 맞고, 리스닝을 놓치지만. 


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전 제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 적도, 이게 재능이라서 좋다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느낌을 받으며 자신감을 갖고 살아본 적이 없어요. 물론 이게 모순적인 것은, 말귀를 못 알아먹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경멸하는 짓은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긴 해요. 하지만 이게 자신감과는 관계 없다는 게 역설적이죠. 


저에게 공감하시는 분이 얼마나 되실까 궁금합니다. 오랜 동안 우울증을 앓아온 친구 한 명(같은 학교를 나왔습니다. 그 친구는 표준편차 15인 시험에서 156이 나온 적이 있었죠)은 이에 대해 공감과 이해를 했습니다만, 이게 일반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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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1] ADHD와 아이큐 by Still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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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ㅇ ㅗ ㅇ 2018.06.21 15:09

    힘든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제일 힘들어요. 심할 경우 병원 전문가 상담으로 치료가능합니다. 집중력을 잘 이용하면 성공할 수 있으며, 참고로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스필버그감독도 ADHD증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 Cj 2018.06.23 02:20
    언어, 수학부분 말씀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히 같은 상황입니다 이었습니다. 고지능이지만 글쓴이같이 140을 상회하는 초고도는 아니구요, 도피유학후 해외생활중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귀국후 열흘정도 전 부터 치료를 하게 됬고 약 (콘서타) 복용후에 즉각적으로 전문의도 놀랄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Full battery 검사를 했는데 지능적인 면 에서는 모든 부분이 일반인의 수준을 엄청나게 상회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약물치료+자아성찰 을 통해 시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나의 살아온 인생을 도식화 해보았는데 우울감, 무자존감, 사회로 부터의 회피 등, 이러한 모든 부정적인 요인의 화살표가 adhd로 부터 나오더군요. 뿌리를 발견하고 치료를 하니 효과가 누구의 예상도 뛰어넘었습니다. 달라진 나를 확인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됬어요. '나'라는 것을 정립하고, 어두운 과거에 뭍혀있던 '관계'를 되찾고, 후에 현실세계에 나를 '적용'까지의 단계가 훤하게 그려집니다. 이제는 단순하고 심심해져버린 일상 (행복)을 살기 위한 나-이상-현실 의 타협점도 찾아야 겠지요. 타인을 향한 경멸, 짜증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지금 나에겐 타인을 의식할 그러한 공간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자신을 소중히 하세요. 자신이 먼저 만들어 져야 합니다. 힘드셨던부분, 이해 됩니다.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에 2종류 있는거 아시죠? 상담후 약을 바꿔보는 시도도 해보시구요, 도파민이 아예 생성이 안된다면 메틸페니데이트는 안듣는거 아시죠? 해외거주하시면 암페타민도 생각해 보시구요, MTHFR mutation 검사 해보시구요, 자신을 먼저 챙기셔야 할거 같아요.
  • cj 2018.06.23 02:40

    아 혹시 공상을 즐겨 하시나요? 하셨나요? 그렇다면 철학서적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니체의 영원회기론,저의 과거 공상과 매우 닮아있더군요(찰나의 순간의 영원). 위버멘쉬라는 개념또한 다르긴 하지만(본인은 힘들었던 과거에 대한 보상의 의미였었는지 새로운 우주에서의 나혼자 깨어있는존재 라고 생각했었음) 닮은점이 많았구요.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본인의 발견하지 못한 흥미를 찾아 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ㅎ

  • cj 2018.06.23 02:49

    사회성이 어느정도로 발달 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저같은 경우는 무자아 상태였어서 적을 만든적이 만들 수 가 없었습니다. 그게 지금은 엄청난 저만의 장점이라 생각되구요(어디를 가든 나를 이해해 주고 의지 할 곳을 구할 수 있다), 그로인해 제가 상정한 관계의 회복 시기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주변에 본인을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시다니 잘됬네요. 그리고 이러한 일이 일반적이었다면 사람들 못살아요ㅋ 당신은 대단하고 특별하고 수고스러웠던 존재입니다. 조금만 더 수고하세요!

  • kkiiii 2018.06.23 07:32

    저도 그래요. 그냥 사는거죠. 어쩔 수 없어요. SNS 같은 것만 훑어봐도.. 경멸감이 들곤 하죠. 멍청한 동물들 같다.. 이런 생각 들고.. 어쩔 수 없어요..

  • 글쓴이 2018.06.23 13:22

    메틸페니데이트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는 한 듯해요. 뭐 읽다가 짜증나고 답답하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집어 던지는 일은 이제 거의 없어졌거든요. 앉아서 2-3시간씩 일에 집중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절대량의 문제는 확실히 있는 듯, 완전한 몰입이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암페타민은 구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모NE1 그룹의 박스프링님 덕분에 여의치가 않습니다ㅎ  // 의도하지 않게 적을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눈치를 보는 편인데, 그런 눈치 안 보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그게 늘 too critical해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상처를 주게 되는 편이어서요. 이 부분은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는 한편,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과 친해지는 걸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못 받아들이는 사람과 애써 가까워질 필요는 없다고 포기하죠. // 철학이 가장 재미있죠. 추상적인 원칙들을 다루는 문장들로 일반론을 펼치는 것, 보편적인 것들의 논리가 지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니까요. // kiii 그래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에 대해서도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약물치료의 힘이지만. 

  • ㅋㅋ 2018.07.13 02:45
    확실히 글을 쓴거보니 대충쓰셨을거같은데 흡입력이 있고 주제가 있어요 님 똑똑한거 맞고 팩폭하자면 님은 어릴때 잘못 생긴 습관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는거 같네요 의자에 앉아 있는 연습부터 하세요 끈기기르는 연습하시구 책을 오래 읽는 연습하시면 어느분야로 나가도 잘하실거같은데요. 머리좋은건 맞는거같네요 아인슈타인은 그리 똑똑하다 생각 안해요 하지만 폰노이만은 몇천년에 한번나올까말까한 인재입니다. 창의성 부문은 아인슈타인이지만 결국은 관찰력이죠 그들의 특징은 성실했다 하더라구요 끈기 기르는 연습이 님의 인생을 좌우 할수 있을거같네요! 화이팅!
  • 지나가다가 2018.08.19 14:33

    ADHD는 집중력이 떨어지므로 실제 지능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 iq는 그보다 더 높을 것입니다.  ADHD의 특징은 <할수 있을 것 같은데 못한다>입니다. 충분히 할 능력이 되는데 왜 못하는 걸까 사람들이 궁금해 할 거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창조력이 있고 뛰어난 지능과 노력이 합쳐지면 그 시너지 효과가 보통사람은 따라올 수 없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 불안감과 우울감은 서서히 좋아질 것입니다. ADHD의 장점을 살려서 목표를 가지고 하나씩 도전한다면 못이룰 것이 없을 것입니다. 

  • zeze 2019.01.03 14:59

    와~~ 님은 저보다 훨 훨 높으신 편이시네요. 

    저도 ADHD이구요. 이것 저것 손을 대었다 하면 남들보다 금방 평균상은 됩니다. 

    하지만 결코 최고에는 도달하지 못하죠. 그래서 번번히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에 빠지게 되는데요. 


    모.. 이상하지만 예를 들자면... 수학은 폰노이만이 잘하고, 컴퓨터는 빌게이츠 잘 하고, 글은 셰익스피어가 잘 쓰고 음악은 모짜르트가 잘 한다 하지만,
    나처럼 수학하고, 프로그램을 할수 있고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모.. 이런식으로 저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위안을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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