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왜 이렇게 글을 불쌍하게 썼냐고 해서 황급히 [불쌍주의] 붙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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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면 나만큼 멍청한 사람도 찾기 어려운데 이런 테스트 점수 잘 받고 정상인 코스프레 가능
문제가 수능형이라 그런듯
나는 내가 왜 멍청하다고 생각하느냐 -
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어려웠기 때문임
일단 난 세상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부터 좀 허접했음
열 번도 넘게 와본 곳에서도 맨날 길 잃고, 대학 4년 다니면서 맛집도 제대로 모르고,
자취방 구하러 돌아다닐 때 같은 집 2번 찾아가기 일쑤였음
동생이 같은 대학을 와서 같이 자취하기 전까지는 넓은 방을 공간활용을 잘 못해서 늘 엉망진창이었음
동생이 오니 일반적인 자취방 수준으로 정리가 됨...
나도 정리 하려고는 했는데 어차피 다시 어질러질 것 같고 방법도 잘 모르겠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살았음
심지어 며칠 전엔 5월부터 썼던 내 칫솔도 몰라보고 욕실 하수구 청소했음
다음으로 사회생활이 남들보다 좀 벅찼는데
뭔가 깊게 친한 친구 만드려면 엄청나게 오래 걸렸음. 오랜 시간 좋은 마음으로 대해주면
고맙게도 그걸 알아주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겨가는 식이었음
아, 마침 생각난건데 나는 잘해주는 것의 '정도'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에 대해 감이 없었음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어려우면 전 재산도 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이 과거엔 있었던 것 같음
실제로 21살 때 지갑을 잃어버리고 돈도 비상금 얼마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군대간 친구가 먹고싶다는
케이크를 갖다 주기 위해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올라가서 추운 기차역에서 날을 새고 부대 근처를
여기저기 헤매다가 겨우겨우 케이크를 사다가 주고는 독감으로 일주일을 앓았던 적도 있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오버했나 싶긴 하지만 아무튼 그때는 그런 '정도'를 몰랐음
후배들이랑 친해지고는 싶은데, 딱히 방법을 몰라서 맨날 뭐 사주기밖에 못해서 돈만 많이 쓰고
그럼에도 딱히 친한 후배는 없음
연애도 자주 못했지만 그나마 했을 때도 여친 심리전에 맨날 당하기만 했음
물론 학업도 어려웠음
수업도 나한텐 늘 빨랐고, 남들 1시간 공부할 때 3시간 해야 따라가고, 친구들이 증명 쓱 한 번 보고 이해할 때
난 밤새면서 외워가야 하고
잘 알고 있는 내용도 순발력이랄까, 그런 게 부족해서 늘 가진 것도 발휘를 못했음
남들보다 노력을 더 해야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인생이었으니
정상인 흉내만 내고 사는 인생이 되어버렸고
속은 늘 허하고 비어있는듯 함
이상 친할 수록 부끄러워 말하지 못한 내용인 탓에 여태껏 아무에게도 못한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