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2023.12.03 02:44
글을 읽으니 제가 어릴때 하이퍼판타지아를 자주 겪은것 같아요.
판타지아 정도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상당히 괴로웠어요.

식구들이 다같이 밥먹는데 공상을 하다 밥숟가락을 떨어트리기도 하고.. 나는 그 순간 시야에 가족이 없고 완벽히 증강현실처럼 우주에서 탐험하고 유영하는 동영상이 펼쳐져 있지만 남들 보기엔 허공을 쳐다보다 밥숟가락 떨어트리는 또라이니까요.

친구들과 담소하며 길을 걷다 어느 순간 시야가 바뀌면서 공상하고... 정신차리니 내가 어떻게 걸었는지 모르겠고...

전 그냥 제가 모자라고 문제 있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과잉환상증이었는지도 모르죠.
공상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고 전 상상속에서 많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체험을 했습니다. 눈 뜨고 잠시 꿈꾸는 듯한 일들이었어요.

학원에서 수업중에 자주 허공보며 멍하니 공상을 하니 새로 오신 선생님이 놀랐는데, 같은반 아이들이 "쟤는 원래 눈뜨고 자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온전히 기쁘지는 않았어요. 즐거운 상상의 나래도 있었지만 그게 찾아오는 순간이 제 콘트롤 하에 있지 않았어요. 언제 이공간에 끌려갔다 올지 모르는 기분이었죠. 

내 제어하에 원할 때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게 판타지아인가요? 그럼 그 정도가 이상적인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에야 다른 사람들도 모든 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기억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남들도 그럴거라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초등학교 교실 안 물건들 배치부터, 인상적이었거나 놀란 순간들은 사진찍은 것처럼 생생히 기억납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 영사기가 있는것처럼 읽음과 동시에 해당 내용의 영화가 상영되는 기분이었어요.

나이들수록 공상도 없어지고 자동적으로 시각 이미지화 하는 순간들도 줄고 있는데 아쉽진 않고 이제 사람같네요. 

뭐 제가 원할때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상상으로 만드는건 여전히 손쉬운 일이예요.
그리고 기억에 있는 일이라면 더욱 선명하게 짧은 동영상 클립처럼 재생시킬 수 있어요. 무성영화같이 소리가 없지만 더 노력하면 작은 소리정돈 시간차로 떠올릴 수 있는것 같아요. 근데 이미지가 기억대로라면, 소리는 기억을 재구성해낸 느낌이라 왜곡되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소리에는 약한가봐요.

아무튼 전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그래도 원글님의 글 덕에 제 경험들이 부정적인 일들이 아니었다는 기분이 드네요.ㅎㅎ 내 안의 어린 나를 좀 더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연히 서핑하다 들어온 게시판에서 치유받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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